하 진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 줄은 몰랐고, 쓰면서도 약간 어이없는데 그냥 얘기할 데가 없어서 씀. 다 끝난 일인데 자꾸 생각나고... 누가 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지금 꽤 큼.
그냥 예쁜 실버 팔찌 하나 사고 싶었음. 요즘 좀 지치기도 했고, 딱히 충동구매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그날은 기분이 이상하게 가라앉아서 ‘뭐라도 하나 사볼까’ 싶었거든. 그 가격대 브랜드들은 대충 알고 있었고, 새 거 사긴 아깝고 해서 중고로 찾아보다가 인스타 마켓처럼 생긴 블로그 하나 들어감.
사진도 진짜 잘 찍혀 있고, 리뷰도 몇 개 있고, 판매자가 적어놓은 문구도 깔끔해서 그냥 믿었다. 가격은 48만. 싸지는 않은데, 원래 70 가까이 하던 모델이라서 그땐 별 의심 없이 바로 결제 진행함. 방법은 따로 링크 보내주더라. 네이버페이처럼 생긴 페이지였고, 나는 평소에도 자주 써서 그냥 익숙하게 처리했음.
문제는 그다음. 결제 끝나고 한참 있다가 문자가 옴. "시스템 오류로 결제가 제대로 안 됐어요. 환불을 위해선 동일 금액 재결제 필요해요."
솔직히 처음엔 그냥 아 진짜 재수없네 싶었음. 원래 카드 에러 나는 경우 있긴 하니까. 근데 그 문장 읽고 또 읽는데 뭔가 너무 기계적인 느낌이 드는 거임. 앞에선 되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던 사람이 갑자기 공지문처럼 말하니까 순간 확 무서워졌음.
그래서 바로 다시 그 링크 눌러봤는데, 주소가 좀 이상한 거야. ‘navers-pay-secure’ 뭐 이런 식으로 돼 있었고, 내가 평소에 보던 주소랑 확실히 다름. 손에 식은땀 나기 시작했고,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검색 돌리기 시작했음. 더치트 먼저 들어갔는데 거긴 딱 그 사례는 없었고, 계속 보다 보니까 먹튀위크라는 데가 언급돼 있길래 뭔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감.
근데 거기서 진짜 본 거야. 내가 겪은 거랑 완전 똑같은 구조. 고가 제품, 결제 링크 따로 보내기, 네이버페이처럼 위장된 페이지, 결제 후 이중결제 유도. 스샷도 올라와 있었고, 판매자 톤앤매너조차 진짜 비슷했음. 보는 순간 너무 소름 돋았고, 동시에 막 머릿속 하얘졌음.
이미 48만은 날아갔다는 걸 인지했고, 두 번째 돈 보내라는 건 당연히 끊었지. 그 이후로 연락은 씹혔고, 블로그는 닫혀 있었고, 카톡 프사도 비워짐. 그냥 정석대로 털린 거였음. 진짜 허무하게.
이틀 지나니까 내가 뭐가 더 바보 같냐면, 그 사이트 들어갔을 땐 진짜로 예쁜 팔찌 하나 사서 기분 좋아질 줄 알았다는 거야. 기분 풀려고 샀던 건데, 오히려 하루종일 속 쓰리고, 밤에 혼자 자기 전에 막 혼잣말하게 되고, 내가 왜 그랬을까 백 번 곱씹고.
더 화나는 건, 애초에 두 번째 결제까지 했으면 거의 100만 가까이 털렸다는 거. 그건 진짜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힘. 막막한 건 막막한 거고, 다행인 건 다행인 거겠지만, 어쨌든 속상한 건 변함 없고.
나는 지금도 카톡에 그 사람 남긴 말들 못 지움. 캡처해서 보관해두고 경찰서에 신고는 했는데 솔직히 돌려받을 거란 기대는 안 함. 그냥 내가 멈췄던 타이밍이 늦진 않았다는 거, 그리고 더 당하지 않았다는 거.
지금 상태? 기분은 여전히 구려. 그리고 뭐가 더 서러운지는 잘 모르겠음. 돈을 잃어서 우울한 건지, 혼자 바보된 기분이라 그런 건지,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살아야 하는 현실이 괜히 더 뾰족하게 느껴지는 건지.
팔찌는 결국 못 샀고, 어쩌면 당분간 아무것도 못 살 것 같아…